12월에 들어서면서 나는 좀 맛이 갔다. 아니, 나는 좀 맛이 가야겠다.

무엇이든 기억하고 싶다. 무엇에도 감동하고 싶다. 비록 순간일지라도 가치를 부여하고 최선을 다해본다. 블로그의 제목처럼 나는 내 인생의 한 場의 마지막 페이지를 지금 쓰고 있는 중이다. 무엇보다도 빛나게 무엇보다도 깊게 세기고 싶다.

그래서일까. '이 푸른 하늘에 약속을' 은 내가 더 깊이 빠져서 즐길 수 있었다. 파르페 쇼콜라가 그림동화라면 이 작품은 청춘 티비 드라마와 같은 느낌이다. 시간마다 변하는 배경과 스크롤을 이용한 연출이나 다양한 캐릭터 스탠딩 그래픽은 제작사의 기술과 정성이 고스란히 드러나 완성도를 극한으로 끌어 올린다.

할렘물에 엣치한 게임이란 사실은 부정할 수 없지만 장님 코끼리 만지듯 고정관념만 붙잡고 있진 말자. 긴 엣치 장면이 내 몰입을 방해할 정도로 즐거운 드라마라서 거길 스킵해버릴 만큼 재미있었다.

1년 뒤에 모두 헤어지게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 그전에 헤어지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헤어지기 전에 더 많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아름답고 안타깝고 그래서 더욱 나와 겹쳐느껴졌는지도 모른다.

회자정리 會者定離

그렇기에 우리는 순간을 더욱 열심히 소중히 하고

그렇기에 다시 만나기 위해서 애쓴다.

내가 고향을 떠날 때에는 두터운 친구들에 대한 신뢰와 경험해보지 못한 자의 무지로 두려움 따위 털어내 버릴 먼지 정도 뿐이었다. 지금은 내게 그런 먼지가 얼만큼이나 쌓여있는지 잘 모르겠다.

지금 즐거울수록 헤어질 때 더 괴로울 것이다. 지금 그저 그렇다면 나중에도 그저 그럴것이다. 괴롭고 싶지 않아서 다시 만날 것을 알 수 없어서 대강 보내버리는 삶을 살것인가. 한가지 확실한건 다가올 미래가 싫다고 피해버리면 (멍하게 있으면) 현재도 미래도 남지 않게된다. 이을 수 없게 된다. 우리는 존재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우리는 살아가야한다. 변화시키고 변화당하며 살아가야 한다.   지금 즐거운만큼의 강한 반작용이 올것이기에 무섭다. 내가 어찌하지 못하는 것들이 무섭다. 그래서 차라리 모든 것이 내게 있을 때, 내 손으로 부숴버리고 싶기도 하다. 지금 바로 이 순간 나도 강한 충동에 끌린다. 하지만 알고 있지 않은가. 부숴지면 다시 만들면 된다. 애써 자기 손으로 부수는 낭비를 할 필요는 없다. 인생은 무너진 터위에 한단 한단 쌓아 올리는 것이다. 시간 앞에서 더 높이 쌓을 수 있는 사람이 더 행복할게다.

지금 우리가 나누는 대화가, 눈빛이, 밥숟가락이 그리고 침묵이  모두 다시 만날 날을 약속하는 순간이다.

엔딩곡 '안녕이라는 말 대신에'를 들으며 울고싶었.. 울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그들이 우는 이유는 충분히 공감한다. 그래, 진짜 울고 싶은건 나다.

나는 고향의 섬에서 자랐고 나는 지금 졸업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참고 : 이 푸른 하늘에 약속을 공략 - 원하는 캐릭터를 무조건 만나면 된다. 전 캐릭터 엔딩을 보면 약속의 날 메뉴가 나타나며 엔딩을 볼 수 있다. 약속의 날을 보고 나서 다시 플레이 할 때 '아카네의 조금 우울한 날' 이벤트를 다시하게 되면 아카네 엔딩을 볼 수 있다. 총 플레이  20시간 이상

덤 : 제목은 '이 푸른 바다에 약속을'이 좀 더 어울리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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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 여왕 나오코

by 호연lius 2007. 12. 19. 0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