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칙칙폭폭하는 소리가 들릴리는 없다.

무궁화가 가장 후지다고는 하지만 증기기관을 벗어난지는 골백년전의 일. 대략 반천킬로미터의 거리를 다섯시간남짓해서 가는 것은 편균시속 백킬로미터라는 계산이 나온다. 관성의 법칙에따라 기차 간에 가만히 쭈그리고 있는 나도 시속 백킬로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된다. 상상해보라. 쭈그리고 앉은 모양새의 25세 사내가 하늘을 날아가는 모습을. 그야말로 신기하고 꼴볼견일테다.


이렇게 기차창 밖으로 하늘이 파랗게 파랗게 펼쳐지면 우울하다. 저 파란 하늘아래 시속 백킬로로 섹스하며 날아가는 그네들을 떠올리니 치가 떨린다. 쭈그리고 날아가는 모습만 해도 코미디이거늘 접붙는 모습은 어떠할까. 혹 나란히 누운 모습이라면 덜 민망할지도 모르겠다만 기차간에서 그럴리가 없다. 아아, 비내리는 호남선 남행열차가 왜 아름다운지 알아버렸다. 빗소리와 기차소리는 저 신음소리를 삼켜버리겠지.


차장, 어쩌면 부차장인지도 모르겠지만 가끔씩 지나다니면서 무언가를 점검한다. 유럽처럼 표검사는 없다. 다만 기찻간에서 엉뚱한 짓을 벌이는 년놈은 없는지 감시하는 걸까? 어쨰꺼나 그는 쭈구리고 앉은 나에게는 눈길을 주지 않는다. 앉아 있는 승객보다도 서있는 승객이 나에게 눈길을 준다. 왜일까. 왜날쀍.


좁은 턱에 걸쳐 오래 쭈그리고 앉아 있다보면 엉덩이가 저리기 마련이다. 의자는 허벅지까지 확실하게 받쳐주는 그러면서 체중을 고루분산시켜 주는 것이 좋다. 살짝 일어나서 엉덩이를 푼다. 슥 둘러본다. 한자리 빈자리가 있다. 다만 그곳에는 여자라면 절대 같이 앉으려 하지 않을 - 나도 옆에 앉고 싶은 생각은 전혀 들게하지 않는 그런 중년인이 앉아있다. 하아...기차의 제일 뒷칸으로 몸을 움직였다.


기차의 마지막칸도 그저 일반 객차와 다를게 없다. 문은 걸쇠가 걸려있어 열리지 않게 되어있지만 누구라도 걸쇠를 열수있다. 나는 강렬한 충동에 사로 잡힌다. 문을 열어도 그 누구도 알 수 없을 것이다. 뛰어 내린다고 해도 누구도 알 수 없지 않을까. 살짝 열고 사진만 몇방 찍어볼까. 아니면 시원하게 싸버릴까. 아예 뛰어 내려버릴까.


기차가 우리집을 지나칠때 이런 갈등은 극에 달했다. 이놈의 기차는 눈앞에 보이는 집을 지나 십여분은 더 달린다. 역에서 집으로 돌아오려면 대략 한시간은 더 걸릴테다. 여기서 뛰어 내린다면 한시간은 벌수 있다. 내 무릎이 견디어 줄까? 코너에서 얼마나 속도를 떨어뜨릴까?


무료함을 이기지 못해 쓰기시작한 이 글은 이제 멍한 것보다 더 무료해지고 있다. 이즈음에 글은 접어야 할테다. 식당칸이 없어서 도시락의 유혹자체가 없는것은 좋은 일이었나.

by 호연lius 2006. 6. 18.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