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래 위에 시를 썼다
갯지렁이의 비웃음을 받아도
손톱 아래를 까맣게 물들여 가며
허파가 밀물에 잠길 때까지
시를 쓰다 폐사 했다

나는 메아리로 시를 썼다
민둥산 송충이의 무관심 가운데
성대의 붉은 혈관을 파열시켜가며
좌뇌가 산소가 모두 쫓아 낼때까지
시를 쓰다 뇌사 했다

이제 무엇으로 시를 써야
이 심장을 멈출 수 있을까

                                   -  가을, 무성의한 1,2연 숙고해도 떠오르지 않는 3연-
by 호연lius 2010. 11. 3. 1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