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로 포장해서 표를 파는 이 영화는 사실 별로 코미디가 아니다. 로맨틱 드라마라고 해야할까. 

영화는 크게 3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첫번째가 주인공들의 연애, 두번째가 여동생을 향한 돌봄, 세번째가 아버지의 죽음이다. 로맨틱 코미디는 1/3 뿐이지만 여주인공 레이첼 맥아담스의 모습은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스러움으로 화면을 가득 채운다. 영화에서 무척 귀여운 모습이라서 배우 프로필을 찾아보고 무척 놀랐다. 작고 어릴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78년생에 키도 175cm 였다... 주연인 다른 작품인 '노트북'도 찾아볼 예정이다. 그래서 포스터말고 요 사진을 걸었다. 

지금 포스터로 걸린 비바람 부는 최악의 날씨에서 치뤄진 결혼식에서 환한 웃음을 짓는 두 사람의 얼굴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고통도 있는 인생 속에서 웃을 수 있는 마음가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나쁘지는 않지만 내가 마케팅 팀이었다면 두 커플의 세번재 첫날밤 직후 두 사람이 바닥에 헝크러져 누워있는 모습을 선택 했을 것이다. 시간 여행자+ 로맨틱 코미디가 가장 빛을 발한 장면이기때문에. 

오랜만에 본, 악당이 나오지 않는 영화여서 보면서 절로 행복감이 들었다. 주인공의 아버지가 주인공에 대해 자랑하는 장면이 있는데, 선하고 좋은 사람이고 말하며 그런 아들을 가진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이 장면을 보는 중에는 그냥 가족애를 드러내는 흔한 장면이라고 생각했지만, 영화가 진행되고 주인공의 삶이 지속 되면서 그 아버지가 한 말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잘생기거나 (키는 크지만), 돈이 많거나 (변호사인데도 지하철 출근), 사회적 지위를 얻지도 않았지만, 여주인공이 한번도 미소를 잃지 않을만큼 성실하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점, 그리고 그런 사람이라는 것이, 평범하지만 (비록 시간 여행은 해도)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성스러운 것이라는 말을 영화는 하고 있다. 한국 사회가 추구하는 돈, 명예, 지위와 백만 광년 떨어진 비현실적인 모습이, 너무나도 현실적인 평범한 일상 속에서 펼쳐지는 모습이 인생과 가치, 이 사회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고 그리고 여자친구 손을 한번 더 잡아보게 되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감독의 시각은 삼촌, 극작가, 여동생, 직장동료의 캐릭터를 단순히 개그와 에피소드의 소재로 삼는 것을 넘어서 그 사람들을 그 사람 그대로 가치가 있는 인간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고지식한 여자친구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와 다르다고, 흔한 모습이 아니라고 손가락질 하고 싶어하는 배타성도 인류가 넘어야 하리라. 

by 호연lius 2013. 12. 27. 0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