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설을 맞아 귀가 중이던 아버지의 레토나가 고속도로 상에서 전복되었다. 주님의 도움으로 차는 폐차 지경이지만 아버지께서는 가벼운 타박상과 목인대가 늘어난 정도의 부상에 그쳤다.

사고 소식을 듣고 앞유리, 옆 유리가 다 깨지고 천정이 내려 앉은 채 끌려온 차를 보았을 때 가슴이 내려 앉는 줄 알았다. 그러나 다행스럽게 아버지께서는 뒷목을 잡고 렉카에서 내리셨다. 폐차비는 30만원이 나왔지만 견인비가 50만원으로 -20만원이었다. 이틀전 엔진수리비 60만원...

아버지는 차가 뒤집어지는 순간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지 않고 돈깨질 생각만 들었다고 했다. 지친 표정은 내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이때까지 가장 가슴이 무거웠던 것은 IMF 때 아버지께서 새벽에 혼자 집에서 술잔을 기울이시는 것을 본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28세 무직자인 나는 숨도 쉬기 불편할 정도로 가슴이 무거웠다.

몸이 불편하지만 아버지께서는 휴일이 끝나면 또 집을 떠나 일터로 향해야 하신다. 하루 삼백킬로미터를 운행하면서 바닷가에서 찬바람과 땡볕을 맞아야한다. 그마저 이제 차가 없어 차를 빌리기 위해 여기저기 전화를 해야한다. 

분명 더 어려운 사람도 더 어렵게 일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어려운 사람 중에 외국 나갔다온 대졸 무직자 아들이 있는 집은 있을까

모든게 내 탓인 것 같아서 가슴이 무거웠다. 
 
by 호연lius 2009. 1. 26.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