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군생활중에서 가장 즐거웠던 것은 많고 많아서 꼽기 어렵다고 느껴질법도 하지만 차분히 돌이켜보면 역시나 시부동이 떠오르게 된다.

시인부락 동인회라는 다소 묘한 이름의 이 모임은 시를 나누고 싶다는 열망하에 군정보망인 인트라넷에 어느순간 생겨나서 군업무를 마비시켰다는 건 순전 뻥이고, 이런 저런 검열과 규제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다가 줄이 끊어진것도 수십번이요 행방불명에 실종에 심지어는 전역이라는 개개인의 재난도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강인한 시인의 시인정신으로 늘 다시모여 씨줄을 엮었으니 이는 참으로 자랑스러운 업적이라 하겠다.

결국 한 침상에서 살을 맡대며 밤마다 노가리 까던 전우보다 여기 이국땅에서도 더 자주 찾는 친구가 되었으니 그리하여 다시 게시판을 열게되었다는 것이다.

폭파의 위험이 없어서 스릴이 덜하겠지만서도
생활에 바빠서 시시로 오가지 못하겠지만서도
이제는 더이상 유일한 낙으로 삼지도않겠지만

그래도 적어도 함께 나누며 오래오래 하길 빌어본다.
by 호연lius 2005. 10. 26. 1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