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되다 헛되다 헛되다 세상일이 헛된 것을 알고 있건만 이 헛된 증오는 왜 만들어졌나. 아 그간 헛된 수고가 절망과 증오를 불렀구나. 아무리 애를 써도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너를 가질 수 없었던 것은 단지 내가 기나긴 러닝 머신 위를 달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지치면 뒤로 밀려나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마는 러닝머신.
  씨발, 반사적으로 욕설을 내뱉는 것은 고통 때문이다. 더 쥐어짜도 눈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가슴을 짓누르던 돌덩이가 세 개에서 네 개 더 늘어나고 심장에 대못이 반쯤 박혀 들어가자 마침내 눈물이 짜인다. 고통이 고함지르며 주를 내 마음에서 몰아내고 그 빈자리에 증오가 급격히 번져 내 몸을 가득 채우고 다섯 구멍에서 터져 나오려고 꿈틀거린다. 이성의 한가닥이 간절히 주를 붙잡는다. 저를 버리지 마소서. 저를 버리지 마소서. 증오의 종, 죄악의 노예가 되게 버리지 말아주소서.
  이성이 한 방울 눈물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내 몸의 습도는 1 퍼센트, 이 눈물이 마르면 바싹 말라버린 진흙 인형처럼 굳어 부숴져 버렸으면 좋으련만 증오가 들린 모래괴물이 되어 세상을 삼키려 날뛰겠지. 미래를 내다본 이성이 눈물 속에서 눈물 흘린다. 주여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샘물이여, 저를 보습하소서. 제게 하이드로 에센스보다 촉촉한 은혜를 부어주소서. 그 은혜에 증오를 토하려던 혀는 굳었지만 장기가 발작을 일으키며 더러움을 토해낸다. 악 나를 더럽히지 마라. 주의 성전인 나를 더럽히지 마라. 태어나지 않았으면 복되었으련만 어찌 태어나서 더럽혀졌나.


사족)더럽다 더럽다 더럽다 내가 더러운 것을 알고 나를 깨끗케 해주신 것을 간절히 감사드렸건만 나는 다시 더러워졌구나. 증오로 가득찬 내 속에 담배 연기를 흘려 보낸다. 죽어라 죽어라 죽어라. 너를 죽이고 다시 깨끗해지겠다. 이성이 죽은 나는 죄로 선을 얻으려 하며 불에 탔다

by 호연lius 2009. 3. 5. 1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