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장을 입고 있었기에 구겨짐을 방지하고자 KTX 를 탔다. 물론 동반석을 탔다. 맞은 편에 앉은 커플은 기차가 출발하자 마자 잠들어서 한강을 건너고서야 깨어났다. 어젯밤 둘은 이 여행을 생각하며 얼마나 설레였기에 저렇게나 곤히 잠든 것일까. 설마 밤새 그들이 @#$@%#@를 즐겼겠는가. 나는 불끈 쥔 주먹을 부들부들 떨며 미소지었다. 빌어먹을 동반석은 좁아서 맞은편 사람의 무릎과 발이 자주 부딪힌다. 저 잠든 커플 남이 자꾸 내 무릎을 탐하는 바람에 나는 커플 여의 얼굴을 탐했다?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며 사랑의 위대함을 느꼈다. 된장녀니 루저녀니 말이 많지만 아직도 저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헤메이는 날개 잃은 천사도 있는 모양이다. 커플 남의 얼굴은 된장에 짧고 묵직하다. 게다가 이번에는 고개를 앞뒤로 끄덕이는 퍼포먼스를 시전하는데 그 방향이 내 짧은 다리 사이라서 무척 유감스러웠다.
나는 옆자리에 앉은 남자를 보았다. 정장차림에 서류가방도 있는 것을 보니 출장일까. 왼손에 낀 싸구려스레 반짝이는 결혼반지가 무겁게 보였다. 피로한 얼굴에 무언가 조금 보다가 이내 잠이 든다. 창문이라도 부술듯한 헤드뱅잉에서 그 인생의 苦가 몰려온다. 동반석 따위에 타고 가는 것을 보니 출장비를 짜게 주는 회사임이 분명하다. 게다가 토요일에 이동이라니 ... 차림새로 보아 수입도 그리 넉넉하지 못한것 같다. 올 봄에 결혼해서 아이를 가지고 그 무게감 속에 직장을 구하기 위해 면접을 보러 다닌다는 친구가 생각났다.

서류제출등은 간단히 끝났다. 정식 직무설명 과정도 간단히 끝났다. 19층에서 내려다보는 테헤란로의 모습은 영화에서 나오는 뉴욕의 그것처럼 감탄을 자아냈다.
케이와 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챔프의 자신감은 지난번에 더해지 스타 전적까지 합쳐져서 오만방자함으로 바뀌었다. 다행히 춘이 그의 부끄러운 과거를 들추어내기 시작하면서 편안한 대화가 이어졌다. 우리의 꿈은 원대하고 밤은 평화롭다. 춘이 돌아가고 케이의 따뜻한 방에서 챔프 등극 동영상을 보았다. 해설진의 말 중 '여자친구가 많군요','세계 챔피언 부럽지 않은 기분일거예요'가 인상적이었다.

-2
팀장면접은 순조로웠다. 다만 나의 사투리와 단답형은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아직 농담과 진담, 돌려말하기의 의도를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것이 어리버리하다는 그대로이다.


용산 이 스포츠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스타리그 16강 경기. 오와 체리짱과 함께 부산출신 3정장 러쉬로 카메라에 한번 얼굴 비추려고 했는데... 체리짱은 대한민국 노동의 현실을 반영하며 야근 터지는 바람에 무산되고..
오와 경기장에서 만났다. 이제동, 이영호등 쟁쟁한 선수들이 내 곁을 지나갔다. >>ㅑ 악~~
그런데 위 두 선수들이 여성 팬클럽 가득한 반면 송병구는 왜 남성 팬클럽이 가득한건가...나마저도!
테란 재앙의 날 신나는 경기가 이어졌다. 나의 치어풀은 방송되지 않아서 아쉬웠지만 내 응원 목소리는 똑똑히 들어갔으리.

경기장에선 맥주를 마시다 코로 뿜고, 오의 방에서 닭과 유리병 막걸리를 .. 트와일라이트는 하이틴 츤데레 러브 판타지였는데 볼만했다.

-3
상무 면접은 어젯밤의 숙취와 피로, 긴장으로 뭔가 엉망이었던 것같다. SM과 점심을 먹고 차마시고 동서울을 통해 부산으로 돌아왔다.

by 호연lius 2009. 12. 3. 1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