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나는 새벽이 태어나는 것을 보았다
바늘별빛조차 삼켜진 어둠 가운데
흘린 피가 하늘을 적시더니
푸른 영광이 되어 빛났다

그 탄생을 보며 내눈이 깨어져
붉은 물이 흘러 내렸다
물이 마음을 적시자
검은 덩어리에서 우리 주가 오셨다

기적이었다

                                   -절망 털어낸 봄에





-청춘-

20대의 마지막 불꽃을 쏘아 올렸다
몇발이 절정에 이르지 못하고 꺼지고
이제 기도하며 마지막 불꽃을 쏘았다 
솟았다 희열차게 터지고 하강하는 불꽃
달빛과 더해져 사랑의 묘약이 맺히고
단숨에 들이켜 자살을 기도하다

그러나 청춘은 죽지 않았다
 
                                 - 차이고 여름 바다에서





-텅빈 클럽에서-

한적한 도심을 지나 텅빈 클럽에서 고막을 두들기며 시를 읽고 생각한다는 것은 멋진 일

디제이와 나의 일대일 공간, 그의 음악인가 나의 사유인가, 심판은 없지만 관객은 하나 둘 모이네

텅 빈 스테이지의 약간 서늘한 공기, 생각하기 좋은 환경에서 어깨가 들썩이며 뇌회전을 돕는다 

아, 손가락 놀림이 뇌회전을 방해하니 잠시 멈추고 온몸으로 뇌 흔들러 나가볼까

                                                                                                - 명절 텅빈 클럽에서


by 호연lius 2010. 9. 24. 1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