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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영화 베를린을 보았다. 비평가들과 관객 모두가 만족하는 영화는 선택에 고민이 없게 만들어 준다. 대체로 그런 영화는 웰메이드 블록버스터가 차지하게 되기에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보기에 딱 좋다. 베를린을 여행한 추억도 있기에 뭔가 기억나는 배경이 나오나 싶었는데 그런거 없다.
영화를 오랜만에 본다는 것은 상당히 효율적인 전략이다. 마치 배고플 때 먹으면 뭐든지 더 맛있는 것처럼 영화도 그러하기 때문이다. 같은 값으로 더 큰 쾌감을 얻는 것. 영화를 자주 보게 될 때는 장르라도 전혀 다른 것을 보아주면 좋다.
영화는 전형적인 첩보의 분위기를 낸 액션 물이다. 격투와 총격의 장면들은 훌륭하다. 한석규가 나오고 남북의 이야기가 들어간다는 점을 빼더라도 이 영화는 '쉬리'의 진화형이란 느낌이 든다. 한국 액션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고 할까.
마지막 장면은 그대로 본 아이덴티티를 떠올리게 한다. 격투 장면은 본이 보더라도 고개를 끄덕였을 것 같다만 총격 씬은 2% 부족한 느낌을 주는데 작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총격은 정말 잘 표현하기 어려워 보인다.
북한이 몰락하는 원인 중 한가지가 본 영화를 통해서 설명된다. 독재 국가는 권력을 위해 무슨 짓이든지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많은 인재들을 희생시킨다는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혹은 권력이 흔들릴 때마다 자행 되었을 것이 분명한 물갈이는 독재가 오래 될 수록 인재는 사라지고 국가는 쇠락하는 것이다.
반대로 남한이 성공한 원인도 발견할 수 있다. 한석규가 목숨 걸고 일을 하는 이유, 권력이나 명예나 돈이 주어지지 않더라도 자신의 일이라는 목표 의식이다. 이를 꼭 남한에 연결 시켜야 할 이유는 없지만 본 영화는 그렇게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하정우를 그렇게 풀어주기도 하는 것이다. 자신의 일에 대한 스스로의 책임감과 판단 - 즉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행복이다.
국정원에서 국정원 선거 개입 사태를 민주당에 제보한 공익제보자 ( 내부고발자보다 느낌이 좋은 단어)를 파직시키고 고발했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국가정보원이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된 정보,보안 및 범죄 수사를 하는 국가기관인지 북한처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을 속이고 야당을 탄압하는 사조직인지...영화를 보고 현실감을 느낄 수 없는 현실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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