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지난 매불쇼에서 학창시절 퇴마록의 세례를 받은 젊은이(?)와 퇴마록을 모르는 조금 더 산 늙은이(?)들이 평론 싸움은 무척 재미있었다. 나 자신도 퇴마록의 영향을 깊게 받은지라 보고 싶었지만 보고 싶다고 다 볼 수 없는 가장이라서 기대하지 않고 있었는데 , 우연치않게 출장 중 시간이 생기면서 볼 수 있었다. 애 없이 영화관 가는건 22년 닥터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이후 처음. 퇴마록 안본눈의 관점으로 보려고 노력했으나 무리였다. 나는 금새 내가 머릭속으로 수백번 그려본 세상에 빠져들고 말았다.
한줄평: 재밌어서 너무 짧다. 좀 더 보여줘. 어서 2편을!
캐릭터 디자인이나 성우 기용을 보면 기획부터 한국뿐 아니라 세계 관객 특히 게임 세대를 겨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인이 한국에서 만든 것이지만 서양인의 눈에서 본 한국/동양의 느낌 혹은 ai가 그린 한국의 모습처럼 느껴지고, 박신부의 머리통만한 주먹이나 준후의 얼굴 반만한 눈알같은 요소들은 그렇게 이해할만 하다.
그러나 서교주가 절대 악으로 등장하는 것은 아쉽다. 이 절대악에 상대하는 서사는 해리포터같은 현재 현실 기반 로우판타지가 아니라 반지의 제왕같은 다른 세상의 하이 판타지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하이판타지는 단순한 이분법 구도에 선악의 대결에서 세계관의 요소들을 즐기게 재미있고, 로우판타지는 현실세계에서 선악이 모호할 떄도 있고 피아를 식별하기 어렵기도 현실 세계의 갈등을 투영하는게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소설 퇴마록의 재미이기도 했고.
해동밀교 서교주에게 최대 불교 교단인 조계종이나 세계종교가 된 통일교나 교주를 신으로 대하는 jms같은 다른 종교에 대한 질투를 더했으면 어떨까. 단순히 미친 악마/절대악이 아니라 상대악으로 행동하면 매력을 가질 수 있고 그만큼 더 재미있어 졌을것이다.
승희의 스마트폰을 보니 시대를 원작 소설의 20세기말로 정하지 않고 대충 현대로 설정한 모양인데 그렇다면 더욱 현실적인 요소들을 많이 넣어야하지 않을까. 해동밀교라는 폐쇄된 공간과 현암과 박신부의 과거를 설명하는 1편에서는 어짜든둥 무난하게 넘어갔지만 다음편 부터는 한국 혹은 현대 사회를 좀 더 가까이서 관통해 주었으면 한다.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