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성적이 발표되고
내마음도 소낙비
원없이 울기에는
이미 많이든나이

...6. 30 성적발표 소낙비




-鬼와 人-

마음을 빼앗아 달아나는 귀신은

기다림을 먹으며 살아간다

마음을 빼앗겨 살아가는 사람은

눈꺼풀에 운명을 덧칠한다

...6.17 시집을 읽다가 상경을 상기함






-맑은 슬픔-

오늘은 슬펐다
하늘이 맑고 바람이 강하면
나는 슬픔을 느끼곤 한다

기분 좋은 상쾌함은 세상의 커튼을 걷고 슬픔을 보여준다
노력은 슬프고 사랑도 슬프고 행복도 슬프고 웃음도 슬프다

세상의 슬픔에 이유를 찾던 나는 하늘을 읽었다

'아름다운 것은 슬프다'

가끔 그대를 보고 슬픈건 그래서였구나

...06년 4월 8일 아름다운 날





-천리 밖-

눈이시린 태양아래 흐릿한 등나무그림자에 누워
백합의 샤워가운을 들추어내는 남풍을 보다

하늘이 저리 가볍고 푸른것은 좋으나
그대에게 진 무거운 푸른 그림자는
저 남풍의 손길로도 걷어낼 수가 없네

만리밖에서 목소리조차 낼 수 없던 우리가
천리밖에서 천분을 통화한데도 반쪽의 웃음뿐

-06.04.10

by 호연lius 2006. 6. 30. 10:08
추운 일은 없었다.

바람이 강했다.

바람이 코를 때렸다.

바람이 코를 때렸다.

바람이 코를 때렸다.

집에 있는데 콧물 한방울이 뚝 떨어졌다.

왜 왼쪽에서만 떨어질까?

6시간 동안 떨어지고 나서 휴지로 코를 막고 세시간째 있다.

배가 고프다.
by 호연lius 2005. 11. 29. 04:34
-심장소리-

자기 심장소리를 듣는건 이상한 일이다
갑작스레
나 여기 있다고 심장은 소리친다
빠르고 큰 고동소리로

그러나 아무때라도
조용한 곳에서 가만히 귀 기울여보면
작은 소리지만 꾸준히 힘차게
그리 뛰는 심장을 들을 수 있다

음악소리를 따라 느려지거나
발소리에 맞춰 빨라지거나
바다를 보면 느려지지만
그녀를 보면 빨라진다

심장의 존재가 당신의 존재는 아니지만
심장의 부재는 당신의 부재로 이어진다
서로가 서로를 증명할 필요는 없겠지만
당신은 가아끔 심장의 소리를 들어야 할테다

27.NOV.2005
by 호연lius 2005. 11. 27. 14:16
내 군생활중에서 가장 즐거웠던 것은 많고 많아서 꼽기 어렵다고 느껴질법도 하지만 차분히 돌이켜보면 역시나 시부동이 떠오르게 된다.

시인부락 동인회라는 다소 묘한 이름의 이 모임은 시를 나누고 싶다는 열망하에 군정보망인 인트라넷에 어느순간 생겨나서 군업무를 마비시켰다는 건 순전 뻥이고, 이런 저런 검열과 규제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다가 줄이 끊어진것도 수십번이요 행방불명에 실종에 심지어는 전역이라는 개개인의 재난도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강인한 시인의 시인정신으로 늘 다시모여 씨줄을 엮었으니 이는 참으로 자랑스러운 업적이라 하겠다.

결국 한 침상에서 살을 맡대며 밤마다 노가리 까던 전우보다 여기 이국땅에서도 더 자주 찾는 친구가 되었으니 그리하여 다시 게시판을 열게되었다는 것이다.

폭파의 위험이 없어서 스릴이 덜하겠지만서도
생활에 바빠서 시시로 오가지 못하겠지만서도
이제는 더이상 유일한 낙으로 삼지도않겠지만

그래도 적어도 함께 나누며 오래오래 하길 빌어본다.
by 호연lius 2005. 10. 26. 17:15

습작

습작-

오늘도 나는 죽으려하네

끝없는 사랑을 이기지못해

이 꿈을 끝마치기 위해서


언젠가 멀리 날아가리

이 현실같은 꿈의 끝으로

어리석은 사랑 노래를 넘어


높은 산을 깔보며

큰바다를 첨벙이며

살아 뛰는 나의 영혼을 끌고


사랑이 끝나는 곳이라면

시간의 마지막 점이거나

내가 죽는 그날일테지만


사랑하지 않고

사랑받지 않으리

노래를 잊고 춤을 멈추리


이것 하나가 내 바램

진리이 아니라도 따르고 싶은 것

피를 흘려야 구할 것이고

마셔야 할 눈물이라

-05.10.19 Dorset-
(영어 원문 분실)

by 호연lius 2005. 10. 19. 14:16

Lovesick.

Lovesickness make me crazy.

I'm almost die.

Time will go by.

I' ll be good.

Only I'm sad now.
by 호연lius 2005. 9. 9. 22:51
-R. D.-


밤을 꼬박세고 나는 개운해졌다

가슴의 응어리는 빛을 싣지 않은 바람에 흩어졌고

텅빈 가슴은 봉긋하게 솟아 올랐다




안개 낀 각막으로 십육방을 둘러보니

형용한 빛이 어둠의 가까이 먼 발치에서

수줍은 신부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정겨운 아기의 울음소리는 필시 호랑이의 등에서 나는 것이리라

만지작 거리던 곶감 두개 중 하나를 봉긋한 가슴에 채우고

하나는 어둠 가까이 먼발치의 형용한 빛으로 전도하였다




그래도 아직 악의꽃감이 남아있었다

홍콩에서 동지나해를 지나 마니산에 도착한 삼신 할미를 위해

메마른 장대비에 꽃잎의 폭풍을 더해

오마쥬로 드로잉한 캔버스 위에

생명의 씨물로 앙칠을 했다.




칠 이 공 일 이 일 공 이

그것이 그간 하던 짓의 전부였다.


- 2005년 초 군에서-

*전도 - 열이 고체를 타고 전해지는 방식
*오마쥬 - 존경이 담긴 모방
*앙칠 - 낙서의 방언
*R.D. - Read Dream








-그대에게 어지러운 시-


그대를 만난 곳도 이곳이다

여기는 010101 영과 일의 조합 세계

보이는 건 적녹파적녹파적녹파 CRT모니터


그대와 떠든 곳은 이곳이다

전자들 사이로 전해지는 눈물어린웃음들과

아주레 제피르를 타고오는 시원한 독설들


그대와 웃은 곳은 이곳이다

그대는 떠나지만 난 그대를 묻는다

그리고 그대 곁에 묻는다

숨이 멋게 아름다운 혼의 순장

통조림 속에 두마리 고등어

뼈까지 녹아 푸석푸석해진 고등어


그대와 詩쁜 곳은 이곳이다

다이오드같은 그대 퓨즈 같은 그대

콘센트 같은 그대 9석 라디오보다 좋은 친구

그대를 보낸 곳도 이곳이다


#2004년 11월 군에서 만난 詩友를 먼저 떠나보내며

*아주레 제피르 = azure zephyr : 詩友가 상징적으로 쓰던 시어


-시,사랑,대화,우리-

빠롤, 그것으로 충분히 사랑이어라
그러므로 그 시니피에는 애써 찾을 필요가 없소

랑그는 우리 인연의 실이어라
그래서 굵고 질기고 반짝이길 바라고 있소

붉은 시니피앙도 푸른 시니피앙도
검게 반짝여도 희게 칙덥하다해도
시니피에는 사랑이어라
우리가 랑그로 시를 택한 순간
우리의 시니피에는 사랑으로
변치 않게 전시되었소

우리는 우리를 사랑하오
그대도 그대를 사랑하시오

세상같은 진수성찬인 세상에
시같은 순은젓가락인 시로
서로 사랑을 서로주오

*전방의 시인부락을 떠나기 직전. 우리 시인전우들에게 바치는 詩

by 호연lius 2005. 1. 4.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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